美 호화결혼 붐 - "출발부터 빚더미"

  ‘왕자와 공주처럼 예쁜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는 그후 행복하게 살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동화’ 뒤에 숨은 ‘현실’은 ‘두 사람은 결혼식 비용을 갚느라고 그후 몇 년 동안이나 빚에 허덕였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빚 때문에 싸우다가 빚까지 나눠 안고 갈라섰다는 것이다.


  ‘왕자와 공주처럼 예쁜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는 그후 행복하게 살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동화’ 뒤에 숨은 ‘현실’은 ‘두 사람은 결혼식 비용을 갚느라고 그후 몇 년 동안이나 빚에 허덕였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빚 때문에 싸우다가 빚까지 나눠 안고 갈라섰다는 것이다.  
 
◆중산층 연소득 5개월치가 평균 결혼식 비용  
 
  미국 신혼부부 중 무리하게 화려한 결혼식을 치르고 그 후유증으로 신용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인 ‘콘데 내스트 브라이덜 인포뱅크’에 따르면, 작년 미국인들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약 2만2360달러로 10년 전 1만5208달러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
  또한 이 기관이 조사했던 신랑·신부들의 43%는 당초 계획했던 결혼비용을 초과해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미국의 가구당 연간소득 중간 값은 약 5만2000달러. 따라서
결혼비용 약 2만2000달러는 미국 중산층 가정이 1년간 벌어들이는 소득의 다섯달치가 넘는 액수다.
 
 ◆결혼식 비용 직접 부담하는 부부 증가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결혼식 비용을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신랑·신부가 스스로 부담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신들의 결혼비용을 전액 부담한 신혼부부는 약 27%로 1997년의 23%보다 증가했다. 또한 30%의 신혼부부는 결혼식 비용의 일부는 부담한 것으로 나타나, 1997년의 18%보다 크게 늘어났다. 미국에서 집을 사든 자동차를 사든 목돈이 들어가는 일은 대부분 빚을 안고 출발한다.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대출을 받아 자신들의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신혼가정의 제1과제는 내집 마련이나 출산이 아닌 ‘결혼식 비용 갚기’가 됐다. 값비싼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피로연을 열어 하객들을 기쁘게 해주는 단 몇 시간짜리 꿈 같은 순간이 지나고 나면, 신혼부부는 달마다 날아드는 신용카드 대금을 갚으면서 ‘차라리 이 돈으로 집을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것이다.  
 
결혼비용이 개인파산의 원인되기도   
 
  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 신용카드로 대출받아 지급한 결혼식 비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으로 가는 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신용상담을 해주는 한 비영리단체는 상담자의 2%가 결혼비용이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빚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담기관 역시 전체 고객 중 결혼식 비용 때문에 신용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2000년의 2배인 5.2%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화이트 웨딩스’라는 책의 저자인 크리스 잉그래험(Ingraham) 교수(러셀 세이지대)는 “중·저소득층 사이에서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소득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시청에서 간소한 결혼식을 했을 사람들이 이제는 상류사회의 결혼식을 흉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식 때문에 빚을 지지는 마라   
 
  최악의 경우는 결혼식 빚 때문에 생긴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부부간에 불화가 심해져 결국은 결혼식 비용도 채 갚기 전에 갈라서는 경우이다. 불경기 속에 결혼 직후 실업이라도 당하는 날엔 결혼식 빚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금융 전문가들은 “갚을 방법이 확실하지 않는 한, 절대로 결혼식 자체를 위해 빚을 지지 말라”고 경고한다. 집을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로 빚더미에 올라 앉아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콘데 내스트 브라이덜 인포뱅크’에 따르면 작년 미국인들의 평균 약혼기간은 16개월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은행에 공동계좌를 만들어 결혼자금을 모으라고 충고한다.  
 
◆이혼도 돈 때문에 더 어려워져    
 
  그러나 결혼비용만이 골칫거리는 아니다. 미국경제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혼 또한 ‘치열한 돈싸움’을 벌여야 하는 더 어려운 인생사가 됐다. 뉴스위크는 지난 21일자에서, 경기 쇠퇴는 안 그래도 어려운 이혼에 독약을 더 주입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2002년 미국의 이혼율은 3.9%로, 2000년 4%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 분쟁은 더 각박해지고 있다. 이미 이혼한 부부들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금융·기술 분야 종사자들의 수입이 급격하게 줄면서, 이전에 결정했던 이혼한 배우자에 대한 부양비 액수를 재조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조선일보 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