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복 시대별로 어떻게 변했나

  신부복 시대별로 어떻게 변했나
..며느리가 된 탤런트 고현정은 디자이너 서정기의 심플한 드레스로 우아함을 강조했다. 가슴 부분에 촘촘히 박힌 진주는 부의 상징이었고, 한동안 ‘고현정 드레스’가 국내 드레스 유행을 휩쓸었다. 2000년대 신부들은 한결 과감해졌다. 작년 10월 개그맨 김국진과 결혼한 탤런트 이윤성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과감한


30년 전 엄마 아빠의 결혼식 사진을 펼쳐보자. 당시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을 엄마의 웨딩드레스 차림은 오래된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재미있기도 하다. 남자들 눈엔 다 똑같은 하얀 드레스일지 몰라도, 웨딩드레스만큼 유행에 민감한 의상도 없다. 유명인사들이 입은 웨딩드레스는 한 시대의 결혼식 유행을 이끌어가는 ‘패션 리더’ 역할을 했다.  
 
국내 웨딩드레스는 1920년 4월 28일 일본에서 영친왕과 결혼식을 올린 이방자 여사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이방자 여사의 드레스는 사각 가슴 라인에 칠부 소매, 일자로 내려오는 선이 돋보인다. 허리 라인에 리본 장식을 달고 스커트 밑단을 사선으로 덧댄 것이 특징.
1930년대에는 국제복장학원 최경자 원장이 입은 한복식 드레스가 눈길을 끌었다. 흰 한복을 응용해 저고리 길이는 약간 길고 치마에는 굵은 주름을 넣었다. 흰 물방울 무늬를 넣은 면사포가 없었다면 영락없는 소복. 1941년 심형구 화백과 결혼식을 올린 김자경 오페라단 이사장의 드레스도 한복을 변형한 것이었다. 넓은 세 폭 치마에 부케와 동일한 꽃장식을 넣은 게 특징. 왕관 대신 족두리를 쓴 모습이 재미있다.  
 
1950년대로 넘어오면서 한복식 드레스는 사라졌다. 이때는 세계적으로 재클린 케네디의 물결무늬 드레스가 유행하던 시기. 패션 리더답게 재키는 깊게 가슴을 판 드레스에 진주목걸이를 둘렀다. 머리는 틀어 올리는 대신 둥그렇게 말았고, 자연스러운 복숭앗빛 립스틱으로 ‘빨간 입술’의 신부 화장에 반기를 들었다.  
 
1960년대에는 당시 최고의 배우 커플이던 신성일·엄앵란씨의 결혼식이 단연 화제였다. 엄앵란의 웨딩드레스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만들었다. 앙드레 김의 요즘 드레스와 달리, 긴 팔의 얌전한 스타일이다. 하늘 위로 동그랗게 말아올린 머리에 왕관을 쓰고 앞머리를 내려 귀여운 신부의 모습을 연출했다. 신성일 앞주머니에 꽂힌 건 전나무 잎. 이 전나무 잎은 가수 윤복희의 부케에도 꽂혀 있었다.
1970년대는 원피스 개념의 드레스가 주를 이뤘다. 이때 웨딩드레스 유행을 이끈 인물은 탤런트 김창숙. 패션 디자이너 설윤형씨가 만든 김창숙의 웨딩드레스는 목이 올라온 심플한 원피스였다. 벨트 장식, 넓은 소매가 소년 성가대 같다. 세계적으로는 히피 물결이 일며 상식을 깨는 웨딩드레스도 등장했다. 롤링스톤스 멤버였던 믹 재거는 턱시도 대신 캐주얼 재킷을 입었고, 아내 비앙카 모레나는 정장 재킷에 챙 넓은 모자를 썼다. 정장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 신부답지 않고 섹시했다. 
 
1980년대에는 영국에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세자빈의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다이애나가 입었던 드레스는 그녀의 신분 상승을 보여주듯, 동화속 공주님 같았다. 왕관 뒤로 이어진 베일은 양탄자로 써도 될 만큼 길다.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95년 삼성가의 며느리가 된 탤런트 고현정은 디자이너 서정기의 심플한 드레스로 우아함을 강조했다. 가슴 부분에 촘촘히 박힌 진주는 부의 상징이었고, 한동안 ‘고현정 드레스’가 국내 드레스 유행을 휩쓸었다. 
 
2000년대 신부들은 한결 과감해졌다. 작년 10월 개그맨 김국진과 결혼한 탤런트 이윤성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명동성당에 섰다. 정숙한 신부보다는 자신의 몸매를 한껏 강조하고 싶어하는 요즘 신부들 심리를 대변한다. 웨딩드레스업체 줄리아포르담의 강형주 사장은 “요즘 신부들은 몸매가 서구화되면서 허리가 잘룩하고 치마가 풍성한 드레스 대신, 몸매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A라인이나 H라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朴乃善기자 ns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