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됩니까? 막가는 여행사들..

  출국직전 취소·현지 옵션 강매·배상요구에 배짱 8605개社 난립…현지예약 없이 `호객` 부터


바쁜 회사 업무로 2년째 휴가를 가지 못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정모(50)씨.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3일 부인 딸과 함께 태국 푸케트 여행을 마음먹고 C여행사에 문의를 했다.
 
여행사측은 9일 저녁 출발, 13일 오전 도착하는 여행상품이 다섯 자리가 비어있다며 계약금을 보내라고 했고 정씨는 다음날 30만원을 입금했다. 이날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마쳤던 정씨는 그러나 출국 바로 전날인 8일 여행사측으로부터 “비행기 좌석을 얻지 못해 가기 어렵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접수를 받았던 직원이 비행기 좌석이 없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을 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23일까지도 정씨는 위약금은 물론 계약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정씨는 “8일 몇 차례 통화 이후 여행사측은 전화 한 통 걸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여행사는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2만여명 관광객을 외국으로 내보낸 "송출 실적" 국내 10위 안에 드는 업체다.
주5일 근무제 시행과 함께 여행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행 직전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현지에서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 우롱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과도
한 경쟁 속에 우선 고객들을 잡고 보자는 여행사의 무책임한 마케팅에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1~8월 해외여행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상담건수는 1769건. 작년 같은 기간 1220건에 비해 500여건 이상 증가했다. 국내여행 관련 피해 상담건수 역시 작년 같은 기간 194건에 비해 대폭 늘어난 251건에 달했다.
 
소비자보호원의 백승실 생활문화팀장은 “여행사들이 과도한 경쟁 속에 터무니없이 싼 가격의 상품을 내놓거나 우선 고객들을 잡고 보자는 자세로 마케팅을 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비행기 좌석 현지 숙박업소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소비자들과 계약을 맺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둔 아들 내외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중국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을 도는 3박4일짜리 여행상품을 구입한 조모(63)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씨는 1인당 64만9000원 경비를 지급한 상태에서 출발 5일 전 “우리측 잘못으로 항공권이 날아가버렸다. 2박3일짜리 다른 상품을 구입하라”는 H여행사측의 통보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씨는 출발 10일 전 잔액을 다 치르고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여행사측의 확답까지 받은 상태였다.
 
조씨는 “여행경비와 위약금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여행사측의 횡포로 온 가족의 휴가계획을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말했다.여행사측이 갑자기 고객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대부분 여행상품이 당초 목표로 잡았던 인원을 채우지 못할 때다. 인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여행을 진행하면 적자가 뻔해 설령 위약금을 지급하는 한이 있어도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H여행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난립함으로써 서로 출혈 경쟁이 붙어 비행기 좌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고객부터 끌어 모으는 위험한 영업을 한다”며 “그러다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여행 상품 자체를 취소시켜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국관광협회에 따르면 2003년 9월 현재 영업 중인 여행사는 모두 8605개사. 9월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1년(7229개사), 2002년(8107개사)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다.
 
지난 7월 29일 B여행사에 1인당 16만9000원 대금을 지급하고 어머니와 함께 4박5일간 태국 방콕 파타야 패키지 여행길에 올랐던 홍모(여 29)씨. 여행사로부터 ‘옵션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이라는 말을 듣고 출발했지만, 현지에서 가이드는 “1인당 3가지 옵션은 기본이며 최소 150달러 씩은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기본 옵션 항목 3가지는 선상 저녁식사 야시장 구경 마사지 등. 합쳐봐야 3만~4만원 이상 들지 않는 것들이었다. 홍씨는 첫날 여행을 포기하고 가이드와 승강이를 벌였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어머니를 모시고 가이드 없는 관광을 했다. 홍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여행사측은 ‘법적 조치를 취하든지 마음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렸다”고 말했다.

(최승현기자vaidale@chosun.com )